날씨가 점점 더 더워지고 있는데요, 스마트폰도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의 손목시계 친구가 생각나는군요. 1997년 즈음 휴대전화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기 전에는 온종일 같이 놀 수 있었던 전자 또는 기계 친구는 손목시계가 유일했었습니다. 게임기나, 계산기나, 노트북 등이 있었다고 주장 하실 수도 있지만, '종일'이란 의미를 살려 봅시다)


그 당시엔 땀이 나기 시작하는 계절이 되면 사람 곁에서는 음식물 썩어가는 냄새가 함께 했습니다. 특히 만원 버스의 손잡이를 잡고 있던 남학생의 손목 옆을 스칠 때면 어김없이 풍겨 오는 시큼한 냄새에 머리가 순간 아찔 해졌죠. (겨드랑이 냄새보다 더 심하죠.)


가죽이나 천으로 된 줄이 달린 손목시계를 찰 경우에는 정말 청결에 조심해야 했습니다. 며칠만 씻지 않아도 땀과 각질 그리고 먼지 등이 시계의 빈자리 곳곳에 채워지면서 썩어 가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여름이면 학교나 회사에 가면 먼저 시계부터 벗어서 책상 위에 올려놓는 이유이기도 했죠. 성냥개비나 이쑤시개 또는 샤프, 볼펜으로 시계 뒷면에 붙어 있는 냄새 덩어리를 파내고 비누를 묻혀 깨끗하게 빨아서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아 보지만 징하게 붙어 있던 냄새는 잘 떨어지지 않고 몽롱한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래서 여름의 화장실에는 시계를 세면대에 놓고 손을 씻는 분들이 많았는데 많은 분이 잊어 버리는 장소였죠. 사실, 아무리 씻어도 어디선가 피어오르는 시큼한 냄새의 진원지를 도저히 파악하지 못해서 옷도 빨고 가방도 빨고 때도 피부가 벗겨지도록 밀었던 적이 있었답니다.


휴대전화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 시계는 누구에게나 절대 필수적인 존재였기에 대부분 위와 같은 경험이 있으셨을 겁니다. (물론 냄새의 강/약은 있겠지만요) 물론 요즘에도 손목시계를 차고 다니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필수였던 시대와는 개념과 사용용도 등이 완전하게 다르죠.


그런데,

예전에도 손목시계가 스마트폰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아침에는 손목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고(전자시계가 아닌 경우엔 일어날 때쯤 되면 손목을 들어 밤새 확인 하고…. 야광인데 보이지도 않고….- 이렇게 종일 시계를 차고 있으면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납니다.), 화장실에선 게임이나 뉴스 대신 손목시계를 뚫어지라 보며 하루 계획을 세웁니다.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갈 때엔 평소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손목시계를 계속 들여다보며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합니다. (물론 버스는 항상 더 일찍 더 늦게 오는데도 말이죠) 회의할 때, 커피 마실 때, 밥 먹을 때 시도 때도 없이 손목을 들여다봅니다. 심심할 때, 외로울 때, 괴로울 때, 즐거울 때도 손목을 쳐다보며 '그 시간엔... 이 시간엔....' 회상도 하고 상상도 합니다.


자, 여기까지만 봐도 요즘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나요? 손목시계나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이나 모두 그냥 들여다보는 도구라는 것이? -첨단 기술을 덧붙였을 뿐


복고

과거의 모양, 정치, 사상, 제도, 풍습 따위로 돌아감.(네이버 국어 사전)


그렇습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손목시계 하나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좀 억지스럽나요? 그냥 언제나 들여다보는 애들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런데 기술의 엄청난 진보에도 불구하고, 손목 친구를 더 크고 더 무겁게 만들어서 깜깜한 주머니와 가방 속으로 넣어 버렸습니다. 당시에 손목시계로도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휴대전화의 형태가 아니라 어떻게든 손목시계 형태로 진화를 시켰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이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죠. 손목시계에 게임도 넣고, 달력, 계산기, 라디오, GPS 등을 넣으면서 따로 진보의 길을 택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전화기능까지 넣으려니 하드웨어가 너무 커져 버린 겁니다 이즈음 부터 휴대전화기와 손목시계는 결별을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게 된 겁니다. 기술의 한계와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만지면서 즐겨 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가 스마트폰이란 화려한 도구를 만들게 되었고 지금까지 발전되어 온 것입니다.


 

 


그런데, 스마트 워치 한계의 안개가 몇 년 전부터 확 걷히면서, 휴대전화로 가느냐 손목시계로 가느냐의 갈림길에서 각자 갈 길을 가게 되었던 손목시계가 이제 원래 가야 해야 했을 길에 다시 설 수 있게 된 겁니다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은 손목시계를 버리고 떠난 것이 아니라, 친구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기 위해 잠시 길을 떠난 것이 된 거죠.


사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스마트 워치를 기획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위처럼 생각해보면 스마트 워치의 등장 배경이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기술의 발전 때문에 스마트폰이 더 작은 기기로 발전하게 되어 스마트 워치 등과 같은 기계들이 나온 것이지 말도 안 되는 소설을 쓴다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잠깐 말씀드린 내용을 종합해보면 단순히 기술의 발전과 소비자의 요구에 의해서만 스마트워치가 등장했다고는 보기 어렵지 않을까요?


사회 현상에도 의복에도 노래에도 복고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복고라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아직도 그 시대의 모습과 현상 등을 기억하고 느끼면서 아직 살아 있으므로, 언젠가 그때가 맞으면 다시 한 번 더 그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직 시장 상황이나 소비자의 인식을 보면 스마트워치(애플 워치, LG 어베인, 삼성 기어 등)의 입지는 그렇게 좋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역사적 필연성?과 복고가 만난다면 분명 자연스럽게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옛 친구 같은 느낌으로 말이죠. 물론 스마트워치도 갈림길에서 휴대전화를 만났던 것처럼, 또 다른 친구를 만난 뒤 손목시계처럼 잠시 쉬어 갈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이처럼 원인이 되는 것들과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을 참으로 엉뚱하고 희한하게 풀어 놓은 것 같네요.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가버리려는 봄과 빨리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안달인 여름의 갈림길 사이에서 잠시 쉬어 가면서 이렇게 엉뚱한 생각도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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